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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이틀 전의 공탁은 왜 소용없었나 — 합의와 공탁의 타이밍

CASE REVIEW · 형사

작성 2026. 8. 6. | 로엘법무법인 권태균 변호사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그리고 합의가 어려울 때의 공탁은 양형을 좌우하는 가장 확실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탁을 했더라도 재판부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선고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탁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재판부가 이를 알지 못하고 판결을 선고한 사안에서, 변호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의뢰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변호사에게는 무거운 경고이고, 형사재판을 앞둔 당사자에게는 합의와 공탁의 '타이밍'이 왜 전부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입니다.

Q. 합의가 안 되면 선고 전에 공탁만 해두면 되는 것 아닌가요?

공탁 자체가 아니라, 재판부가 선고 전에 공탁 사실을 알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형사공탁은 납부 후 법원에 통지되는 절차를 거치므로, 선고 직전의 공탁은 통지가 선고를 넘겨 도착해 양형에 전혀 반영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도 선고 이틀 전 공탁의 통지서가 선고 이후에야 재판부에 접수된 사안이었습니다.

선고 이틀 전의 공탁, 재판부는 알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5. 20. 선고 2025나10523 판결의 사안입니다.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변론이 2024년 8월 말 종결되고 선고기일이 약 5주 뒤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선고 이틀 전에야 1,000만 원을 전자공탁으로 납부했습니다. 공탁 다음 날은 임시공휴일이었습니다.

결과는 뼈아팠습니다. 형사공탁사실 통지서는 선고 시각이 지나서야 재판부에 접수되었고, 항소심 판결의 양형이유에는 오히려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기재된 채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변호인이 적절한 시기에 공탁이 이루어지도록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고, 의뢰인은 감형 여부를 떠나 "양형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며 위자료 300만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함께 준비하기로 했던 반성문과 탄원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에 선관주의의무가 적용된다는 법리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확인해 온 것입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다7354 판결 등).

형사공탁, 합의가 막혔을 때의 마지막 수단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피해 회복 의사를 객관적으로 남기는 제도입니다. 2022년 12월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 덕분에,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형사사건번호만으로 법원에 공탁할 수 있게 되어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그러나 절차가 간단해졌다는 것과 효과가 보장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탁금이 납부되면 공탁소가 형사사건 재판부에 공탁 사실을 통지하는데, 이 통지가 도달해 기록에 편철되어야 비로소 재판부가 양형에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할 수 있고, 법원도 공탁의 시기와 경위, 진정성을 함께 평가합니다. 선고 직전의 공탁은 "형을 줄이기 위한 형식적 공탁"으로 낮게 평가되거나, 이번 사안처럼 아예 판단 대상에서 빠져버릴 위험을 안게 됩니다.

양형자료에는 '마감 시간'이 있다

형사재판의 양형자료는 원칙적으로 변론종결 전에 제출되어야 합니다. 변론이 종결되면 재판부는 심리를 마친 상태이므로, 그 뒤에 나온 합의서나 공탁은 변론재개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선고기일이 변경되지 않는 한 반영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변호인은 선고기일 변경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고기일 연기는 재판부의 재량이지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대어 합의·공탁을 미루는 것은 의뢰인의 운명을 확률에 맡기는 일과 같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원칙은 명확합니다. 합의는 변론종결 전에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합의 불발이 확인되는 즉시 공탁으로 전환하며, 공탁 후에는 공탁서 사본과 의견서를 재판부에 직접 제출해 기록에 남기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통지가 저절로 갈 것이라고 믿고 손을 놓는 순간, 이번 판결과 같은 공백이 생깁니다.

합의는 선고 전날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필자가 형사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하며 지키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합의는 수사 단계에서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많고, 재판 단계로 갈수록 시간이 적입니다. 수사 단계의 합의는 기소 여부와 구공판·구약식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1심 단계의 합의는 양형의 중심 자료가 되며, 항소심에서는 변론종결이라는 시한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피해자 측이 시간을 두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아, 연락 시도와 조건 조율에는 생각보다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챙길 것도 분명합니다. 변호인과 상담할 때 "합의를 언제까지, 어떤 순서로 시도하고, 안 되면 언제 얼마를 공탁할 것인지"를 일정표로 확인해 두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보여주듯 합의와 공탁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기한 관리의 문제이고, 그 기한을 관리하는 것이 변호인의 책임이자 실력입니다.

형사사건의 합의·공탁 전략은 시기 판단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로엘법무법인이 사건 단계에 맞는 대응 일정을 함께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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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5. 20. 선고 2025나10523 판결 (손해배상)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다7354 판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다9479 판결
· 「공탁법」 제5조의2 (형사공탁의 특례) — 국가법령정보센터

권태균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가사법 전문 변호사 · 부산사상경찰서 수사민원 상담지원 변호사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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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해설이며, 특정 사건 당사자와 무관하고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위 판결은 상소 여부에 따라 확정 전일 수 있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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